9월 4주 좋은시 사과 한알 9월 4주 좋은시 사과 한알 9월 4주 좋은시 사과 한 알 - 조인선 (1966 ~ ) 나는 탯줄이 가는 줄 알았다 송아지 탯줄처럼 저절로 끊어지는 줄 알았다 의사는 가만히 가위를 내밀고 나는 곱창처럼 주름진 굵은 탯줄을 잘라냈다 사과 꼭지를 잘라내는 일은 어렵지 않다 탯줄처럼 사과 꼭지는 이제 .. 그룹명/영상시 2019.09.23
9월 1주 좋은시 나태강 비단강 9월 1주 좋은시 나태주 비단강 9월 1주 좋은시 비단강이 비단강임은 맑을 강을 돌아보고 나서야 비로소 알겠습니다 그대가 내게 소중한 사람임은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나서야 비로소 알겠습니다 백 년을 가는 사람 목숨이 어디 있으며 오십년을 가는 사람 사랑이 어디 있으랴…… 오늘.. 그룹명/영상시 2019.09.02
8월 4주 좋은 시 나뭇잎은 물고기를 닮았다 8월 4주 좋은 시 나뭇잎은 물고기를 닮았다 나뭇잎은 물고기를 닮았다 허형만 물고기를 닮은 나뭇잎들이 새파란 하늘을 바다로 알고 지느러미를 파닥이며 헤엄친다. 나무들은 허공의 중심에서 몸을 푼다. 그래야 하늘로 치솟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산책길에 한 마리 물고기가 .. 그룹명/영상시 2019.08.26
8월 3주 좋은시 문태준 맨발 8월 3주 좋은시 문태준 맨발 8월 3주 좋은시 맨발 문태준 어물전 개조개 한 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 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 그룹명/영상시 2019.08.19
나뭇잎 흔들릴 때 피어나는 빛으로 /손택수 7월 3주 좋은시 손택수 나뭇잎이 흔들릴 때 7월 3주 좋은시 나뭇잎 흔들릴 때 피어나는 빛으로 손택수 멀리 여행을 갈 처지는 못 되고 어디라도 좀 다녀와야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을 때 나무 그늘 흔들리는 걸 보겠네 병가라도 내고 싶지만 아플 틈이 어딨나 서둘러 약국을 찾고 병원을 들.. 그룹명/영상시 2019.07.15
7월 2주 좋은시 달 한 캔 윤성택 7월 2주 좋은시 달 한 캔 윤성택 7월 2주 좋은시 달 한 캔 윤성택 달의 뚜껑을 따면 거품처럼 달빛은 내게 넘친다 이런 상상만으로도 밤은 편의점처럼 믿음이 간다 네 개를 담아야 만 원이니, 만월도 내게서 네 개의 생각을 주섬주섬 고른다 그렇게 24시간 그 환한 확신이 나를 불러 세운 적.. 그룹명/영상시 2019.07.08
7월 1주 좋은시 박꽃 신대철 7월 1주 좋은시 박꽃 신대철 박꽃이 하얗게 필 동안 밤은 세 걸음 이상 물러나지 않는다 벌떼 같은 사람은 잠들고 침을 감춘 채 뜬소문도 잠들고 담비들은 제 집으로 돌아와 있다 박꽃이 핀다 물소리가 물소리로 들린다 그룹명/영상시 2019.07.01
6월 3주 좋은 시 지 살자고 하는 짓 하종오 6월 3주 좋은 시 지 살자고 하는 짓 하종오 6월 3주 좋은 시 지 살자고 하는 짓 하종오 밭고랑에서 삐끗해 금 간 다리뼈 겨우 붙으니 늙은 어머니는 무릎걸음으로 엉금엉금 마당가로 가 참나무 아래서 도토리 주워 껍질 까다가 막내아들이 쉬라고 하면 내뱉었다 놔둬라이, 뼈에 숭숭 드나드.. 그룹명/영상시 2019.06.17
6월 2주 좋은시 아내 / 공광규 6월 2주 좋은시 아내 / 공광규 6월 2주 좋은시 아내 / 공광규 아내를 들어올리는데 마른 풀단처럼 가볍다 두 마리 짐승이 몸을 찢고 나와 꿰맨 적이 있고 또 한 마리 수컷인 내가 여기저기 사냥터로 끌고 다녔다 먹이를 구하다 지치고 병든 암사자를 업고 병원을 뛰는데 누가 속을 파먹었는.. 그룹명/영상시 2019.06.11
외롭지 않은 고독 외롭지 않은 고독 외롭지 않은 고독 -田惠麟을 그리며- 시/이룻:이정님 속심(俗心) 포장한 채 웃기는 쉽지 울기도 쉽지 힘든 것은 가난(家難)이 절망으로 자신의 존재를 잃어간다는 것 고독의 늪에 벗어나 마음 벗어 두고 훨훨 날고 싶어 시공(時空)을 넘나들던 여인 별에 닿을 수 없어 별을.. 그룹명/영상시 2019.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