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주 좋은 시
지 살자고 하는 짓 하종오
밭고랑에서 삐끗해 금 간 다리뼈 겨우 붙으니 늙은 어머니는 무릎걸음으로 엉금엉금 마당가로 가 참나무 아래서 도토리 주워 껍질 까다가 막내아들이 쉬라고 하면 내뱉었다 놔둬라이, 뼈에 숭숭 드나드는 바람 달래는 거여 장가 못 든 쉰줄 막내아들이 홀로 된 여든줄 어머니 모시고 사는데 막내아들이 검정콩 베어다 마당 한복판에 쌓아놓으면 늙은 어머니는 참나무 가지로 타닥타닥 두드려 털고 막내아들이 멀리 틘 콩 주워오면 소리질렀다 놔둬라이, 한구석에 묻혀서 명년까지 있고 싶은 거여 막내아들이 갈아입힌 속옷에 새물내 나서 늙은 어머니는 코 킁킁거리며 새물새물 웃다가 막내아들이 겉옷에 붙은 풀씨 뜯어내면 중얼거렸다 놔둬라이, 혼자 못 가는 곳에 같이 가자는 거 아니겠냐 늙은 어머니가 해거름에 집 안으로 들 적에 이웃집 수캐가 어슬렁어슬렁 대문 먼저 넘어서 암캐에게 올라타려고 낑낑거리는 꼴이 민망해서 막내아들이 콩줄기 거머쥐고 후려치면 말렸다 놔둬라이, 지들 딴엔 찬 밤 길어지니 옆구리 시린 게여 다들 지 살자고 하는 짓이여 다들 지 살자고 하는 짓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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