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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4주 좋은시 사과 한알

妙有 李應鎬 2019. 9. 23. 19:07
9월 4주 좋은시 사과 한알

9월 4주 좋은시


사과 한 알 - 조인선 (1966 ~ )


나는 탯줄이 가는 줄 알았다
송아지 탯줄처럼 저절로 끊어지는 줄 알았다
의사는 가만히 가위를 내밀고
나는 곱창처럼 주름진 굵은 탯줄을 잘라냈다



사과 꼭지를 잘라내는 일은 어렵지 않다
탯줄처럼 사과 꼭지는 이제 더 이상 쓸모가 없다
사과 한 알을 떨구면서 나무는 얼마나 아팠을까
배꼽 같은 꼭지가 키워낸 맑은 사과 한 알


몸과 몸이 이어진 줄 하나에 삶이 있었다
죽음은 사랑하는 이에게 보내는 마지막 선물이다
아내의 헝클어진 머리칼을 다듬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