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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양의 결혼식 11월4주 좋은시

妙有 李應鎬 2019. 11. 18. 16:44
11월4주 좋은시 나무와 양의 결혼식 송찬호

11월4주 좋은시


나무와 양의 결혼식

 

   송찬호

 

 

 

나무와 양이 결혼했다

둘은 혼인 서약을 상기하기 위해

언덕에 창을 세우고

날카롭고 뾰족한 창 끝에 결혼 반지를 끼워 두었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나무와 양은 깜짝 놀랐다

벌써 십년의 결혼 생활이 지나고 있었다

신혼의 침대에

하룻밤도 누워보지 못한 채,

 

벌써 태어난 어린 나무와 양들도 있었다

그들을 기르기 위해

나무는 양의 젖을 짰다

젖이 나오지 않으면

나무는 양을 때렸다

나무와 양은 매일 허둥거렸다

칼슘 단추는 떨어져 어디로 달아난 거지?

납 칼라는 왜 그리 자주 때가 묻지?

어째서 이 나뭇잎을 지폐로 환전할 수 없느냐구요!

 

오늘은 결혼기념일이에요

나무와 양의 결혼식

몸에 검은 타르를 칠하고

깃털을 붙이고

새의 둥지 왕관을 썼으니

오늘은 당신이 나무의 왕이에요

비록 불에 그을리긴 했지만요!

 

 

          ⸺계간 시와 함께창간호, 2019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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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찬호 / 1959년 충북 보은 출생. 1987우리 시대의 문학등단. 시집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 『10년 동안의 빈 의자』 『붉은 눈, 동백』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분홍 나막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