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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라기 시/이룻 이정님

妙有 李應鎬 2019. 5. 23. 10:01






하늘바라기





시/이룻 이정님


팔순을 넘기고도
염치없이 살아남은 까닭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
겨우 내 건 명분(名分)이
"이제는 詩를 그만 쓸 거야"라고 말한다

절필(絶筆)이라는 말로 품위 있게 
고백은 했지만

실은 감성(感性이 메말라서다


하루가 다르게 깜박깜박

자주 잊어버리고

자주 외롭고

자주 섭섭하고


강 하나 끼고 이쪽과 저쪽이건만

저쪽에 가 있는 친구들은 그립고

이쪽에 남은 자들은 낯설다


세월의 증발(蒸發)과 함께

정신도 증발하는 모양

이제는 모두 접고

하늘 보이는 창가에 길게 누워

하늘바라기로 살자.




가슴과 머리는 우리 능력의 양극점

둘중 시인에게 더 필요한 것은 감성이지

감성이 없는 詩는 영혼이 없는 肉身이기에.-이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