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영상시

6월 1주 좋은시 고영 당신의 책

妙有 李應鎬 2019. 6. 3. 17:36
6월 1주 좋은시 고영 당신의 책

6월 1주 좋은시



당신의 책

 

  고 영

 

 

 

책을 사랑합니다

그것만이 당신의 유일한 취미

당신이 외로운 건

책을 닮았기 때문입니다

 

책이 웃게 할 방법을 찾아 당신은 매일 골몰합니다

매일매일 책을 방문합니다

스스로 보호자가 되기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한 시절이 늙어버렸습니다

책과 함께 늙어버렸습니다

 

간혹 당신은 책의 내용보다 더 명확해져서

긴 각주를 달곤 했습니다

그것은 생애를 예감한 현자의 탄식처럼

오래 기억될 것이지만

 

외로움도 늙는다는 걸

당신이 터득하게 된 이후에 대해

책이 각진 이유에 대해

의문을 품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둥근 책이

은혜로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당신은 언제나

당신 생애의 내용보다 명확했으니,

이제 또 다른 세계에서 늙어가는 일만 남았습니다

 

*벌써 6월입니다. 더워지는 여름 건강하게 보내세요.

  

           ⸺계간 시와 사상2019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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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 / 1966년 경기도 안양 출생, 부산에서 성장. 2003현대시로 등단. 시집 산복도로에 쪽배가 떴다』 『너라는 벼락을 맞았다』 『딸꾹질의 사이학. 현재 시인동네발행인 겸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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