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黃昏
외로운 황혼
닿을 수 없는 거리는 그리움을 낳고, 메울 수 없는 거리는 외로움을 낳는다. 바라는 보아도 품을 수 없는 것들은 사무침으로 다가온다. 가까이 있다가 멀어지면 그 거리만큼 눈물이 흐른다. 이별의 강은 그래서 마르지 않는다. 한 생의 황혼에 서면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들이 또 얼마나 많은가. 가까울수록 이별의 슬픔은 배가(倍加)된다. 여든을 눈 앞에 두고 상배(喪配)한 김춘수 시인 (1922~2004)의 사무침이다.
- “조금 전까지 거기 있었는데 어디로 갔나 밥상은 차려놓고
- 어디로 갔나 넙치 지지미 맵싸한 냄새가 코를 맵싸하게 하는데
- 어디로 갔나 이 사람아 갑자기 왜 말이 없나.”
- 2년 전에 사별했지만 아내는
아직도 밥상을 차려놓고
- 어디로 잠시 외출한 듯하다.
- 불러도 대답이 없자 노시인은 풀이
죽고,
- 가슴엔 빗발이 퍼붓는다.
- 피를 나눈 형제와의 이별도 목이
멘다.
- 한 가지에서
태어났지만
- 죽음은 선후를 가리지 않는다.
- “어느 가을 바람에 여기저기에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 한 가지에서 나고서도 네가 가는
곳을 모르겠구나.
- "먼저 간 누이를 기린 신라
월명스님의 ‘
- 제망매가 (祭亡妹歌) ’ 는 천년
세월을 메아리진다.
- 노인 5명 중 1명은 만나는 사람
없이
- 외톨이로 살고 있다는 통계가
나왔다.
- 이들은 자식과 따로 사는 것은 물론,
- 친지나 이웃과도 전혀 교류가 없다는 것이다.
- 대화의 상대가 끊긴 노인들은 살아도 죽은듯이
- 외로운 말년을 보내고 있다.
- 죽음만이 영원한 이별은 아니다.
- 살아도 만나지 않으면 이미 사별한 거나 다름없다.
- 우리 사회는 점점 사람과 사람 사이가 멀어지고 있다.
- 부부 사이, 부모와 자식,
이웃과의 거리도 갈수록 멀어져만 간다. 가까운 이가 멀어지면 그 눈물은 배가 되어 흐른다.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에 이 땅의 황혼이 울고 있다. 출처:경향, '餘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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