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속의 관음상
중국의 당나라 문종(文宗)황제 때 일이니까 지금부터 1천 3백여
년전 일이라 할수있다. 문종황제는 불도에 귀의한 신심이 남달리
돈독한 불교 신자였다.
그는 바쁜 정사 가운데도 전국의 명찰을 순례하며 참배도 하고
기도를 올리기도 했다. 또 내전에 불당을 차려놓고 거기에
관음상을 모시고 있었다.
당시 종남산(終南山)에는 유정(惟政)선사라는 고승이 있었는데
황제는 그를 몹시 존경하고 좋아했다.
특히 그를 왕사처럼 모시고 자주 초대하거나 또는 찾아가서
그의 지도를 받을 정도였다.
그리고 황제는 국가에 대사가 있을 때에는 예외 없이 먼저
궁전에 모신 관세음보살님 앞에 나아가 기도를 했다.
또 그럴 때마다 그는 관세음보살님으로부터 현몽을 얻게 되었다.
황제는 그 현몽대로 일을 처리했다.
그러면 무슨 일이나 어려움없이 순조롭게 풀리고 또 성취가
되었다.
문종황제는 불교에 귀의한 뒤로부터는 일체 고기를 먹지 않았다.
육물이건 해물이건 입에 대지를 아니 하고 멀리 했다.
그러나 오직 한 가지 조개만은 끊지를 못 했다.
그것만은 먹지 않을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조개만은 그냥 수랏상에 올라오도록 했다.
어느날 아침이었다. 그 날도 아침 일찍 일어나 관세음보살 전에
가서 기도를 올리고 돌아와 수랏상을 받았다.
역시 수랏상에는 거의가 채소반찬이었으나 유독 해물로는 조개
한 접시가 올라와 있었다. 황제는 역시 조개에 먼저 손이 갔다.
벌어진 조개를 하나하나 까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그렇게 하나하나 까먹어 가다보니
그 가운데 껍데기가 벌려있지 않은 놈이 하나 있었다.
황제는 젓가락으로 조개를 벌리려 했으나 잘 벌려지지를 아니
했다.
그래서 할수없이 손으로 조개를 집어들고 힘을 주어 쪼갰다.
그랬더니 이게 웬 일인가. 벌어진 조개안의 조갯살이 금방
황금색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 황제가 자세히 보니 그것은 관음상이었다.
관음상은 서서히 광명까지 발하고 있는 것이었다.
황제는 처음 보는 일이라 놀랍기고 하고 또 알수없는 일이라서
종남산에 있는 유정선사를 불렀다.
달려온 유정선사가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황제는 그 조개의
속을 그에게 보이면서 말했다.
“선사님, 이 조개 속을 좀 보십시오. 짐이 아침 수라를 들다가
조개를 먹는데 그 중에 입을 벌리지 아니 하고 오무리고 있는
놈이 있기에 벌려 보았더니 이 속에 이렇게 관세음보살님이
나타나 있지 않겠습니까.
조개속에 진주가 들어있다는 말은 들었어도 이처럼 보살님이
들어있는 것은 처음 보는 일입니다.
도대체, 이것이 어찌 된 일일까요”
유정선사도 기이한 듯 그 관음상을 드려다보다가 이렇게 말했다.
“폐하, 이것은 관세음보살님께서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조개로 응화하신 관세음보살님의 화신인 것 같사옵니다.”
황제가 이에 대답을 했다.
“저도 경전에서 보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불보살이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서 화현을 하신다 하더라도
불신 아니면 보살신 또는 벽지불이라든가 장군신, 비구신,
비구니신, 부녀신, 동남동녀신, 팔부금강신 같은 몸으로 화현
하는 경우는 있어도 조개로 화현한 조개신에 대해서는 경전
어디에서도 읽은 기억이 없고 또 일찍이 들은 바도 없습니다.”
유정선사가 다시 말을 했다.
“부처님 말씀에 불보살은 백억화신을 나투신다고 하였사옵니다.
그렇다면 백억화신 가운데 어찌 조개로 나타나는 조개화신인들
없겠사옵니까. 있을수 있는 일이옵나이다”
황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면 이 조개신은 누구를 제도하러
이렇게 내 수라상에 올라와 있을까.
그래서 황제가 선사에게 다시 물었다.
“선사님, 그렇다면 이 조개신, 즉 이 관음보살은 누구를 제도
하기 위하여 오늘 이처럼 짐의 수랏상에 올라온 것입니까.
그것이 매우 궁금합니다.”선사가 말했다.
“폐하, 그것이 그리도 궁금하시옵니까. 관음보살은 자비로써
모든 중생을 제도하시옵나이다.
어느 특별한 생명 하나만을 제도하시고자 화현하시는 것은
아니옵나이다. 그러나 그것은 보는 사람의 생각에 따라 제도의
대상이 다를수도 있사옵나이다.”
황제가 선사의 말을 끊고 이렇게 물었다.
“그 말씀은 또 무슨 뜻입니까.” 선사가 다시 말을 이었다.
“예를 들면, 소승이 이 관세음보살을 보고 접하게 되면 보살
님께서 소승을 제도하기 위해서 이렇게 화현을 나투시었구나
하는 생각을 할수가 있사옵나이다.
그렇게 되면 소승이 관세음보살님 앞에서 과거의 모든 잘못을
참회하고 새로운 신심을 얻을 수도 있고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도 있는 것이옵나이다.
또 이 관세음보살님을 폐하께서 보실 때 폐하께서 바로 짐을
제도하기 위해서 관세음보살님이 짐이 드시는 조개속에
화현하셨구나 생각하신다면...”
황제는 다시 선사의 말을 중간에서 잘랐다.
그리고 자기가 말을 했다. “알았습니다.
지금 관세음보살님께서 여기 이렇게 화현하신 것은 짐으로
하여금 모든 잘못을 뉘우치고 좀더 선행을 하고 자비심을
베풀고 백성을 위해 더욱 봉사하라는 가르침인 것 같습니다.
관세음보살님의 뜻을 잘 받들어 더욱 정진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선사가 감탄하여 말했다.
“폐하께서는 과연 훌륭한 부처님의 제자이시옵니다.
폐하께서는 관세음보살님의 설법을 아주 잘 듣고 계시옵니다.
관세음보살님께서는 폐하께 바로 그러한 것을 깨우쳐 주시기
위하여 오늘 이렇게 수랏상의 조개속에 그 몸을 나투셨는지도
알수가 없사옵나이다.
부디 불보살과 같은 지혜를 발휘하시고 또한 불보살과 같은
자비를 온 백성과 중생에게 골고루 베푸셔서 창생이 환희하고
나라가 번성하는 태평성대를 누리시옵소서.
모든 백성이 폐하의 덕을 기리고 찬탄하며 존경하는 성제가
되시기를 바라옵나이다”
황제는 그 뒤부터는 조개까지도 먹지를 아니 했다.
따라서 수랏상에도 조개반찬을 올리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조개 속에서 나온 관세음보살상을 산관음이라 하여
원불로 모셨다. 또한 항상 몸에 모시고 다니는 호신불을 삼기도
했다.
이와 같이 누구나 불보살을 진심으로 깊이 믿으면 어떤 방법
으로든지 불보살이 그에게 화신으로 나타남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이것이 신앙의 영험이다.
- 옮겨온글 -
여기는 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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