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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4주 좋은시 이성부 시를 떠나서

妙有 李應鎬 2019. 4. 29. 15:15
4월 4주 좋은시 이성부 시를 떠나서

4월 4주 좋은시


를 떠나서

이성부(李盛夫, 1942~2012)



  

시를 떠나서

시가 사는 마을을 내려다본다.

구물구물 귀여운 벌레들 같다.

햇볕 속에서는 기어나와 푸른 하늘을

바라보지 못하고

깊은 어둠 속에서야 비로소

밤눈을 두리번거린다.

나도 우리 나라의 한밤중에 시를 쓰지 않았더냐.

그 많은 밤들은 아직도 물러날 줄을 모른다.

 

시를 떠나서

시가 사는 마을을 그리워한다.

그래도 꽃피워 슬픈 고장이라고 생각하면서

그 아름다움 속으로 다시 돌아가지 못한다.

진흙투성이가 된 몸이

뻘밭 속에 던져진 정신이

어디 무슨 울음으로도 다 씻겨질 것이냐.

그리운 것들이 너무 멀어서

오늘은 기차 소리로나 달려가 쓰러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