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주 좋은시 자화상 / 공광규
밥을 구하러 종각역에 내려서 청계천 건너 다동 빌딩숲을 왔다갔다 한 것이 이십 년이 넘었다 그러는 동안 내 얼굴도 도심의 흰 건물처럼 낡고 때가 끼었다 인사동 낙원동 밥집과 술집으로 광화문 찻집으로 이런 심심한 인생에 늘어난 것은 주름과 뱃살과 흰 머리카락이다 남의 비위를 맞추며 산 것이 반이 넘고 나한테 거짓말을 한 것이 반이 넘는다 그러니 나는 가짜다 껍데기다 올해 초파일 절에서부터 오후 내내 마신 막걸리가 엄지발가락에 동풍을 데리고 와서 몸이 많이 기울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어제는 사무실 가까이 와서 저녁을 먹고 간 딸이 아빠 얼굴이 가엽다고 하였다 그러고 보니 나와 아버지가 돌아가신 나이가 똑같다 안구에 바람이 불고 돋보기가 있어야 읽고 쓰는데 편하다 맑은 날에도 별이 흐리다 눈이 침침한 것을 밖을 보는 것을 적게 하라는 몸의 뜻인지도 모르겠다 광교 난간에 기대어 청게천을 내려다가 보는데 얼굴 윤곽이 뭉개진 물살에 일그러진 그림자가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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