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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주 좋은시 - 정지용, ?향수?

妙有 李應鎬 2018. 10. 15. 13:55

10월 3주 좋은시   - 정지용, ?향수?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 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