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에 써보는 낙서
이룻/ 이정님
달이 떴다.
8월 열사흘 밤하늘에 달이 떴다.
이 풍진 세상이 또 한 해 가나 보다
고삐도 없고 말뚝도 없고
마냥 자유로운 몸이지만 갈 데가 없다
밖에 나가 껑충껑충 뛰어 봐도 재미가 없고
마음껏 소리쳐도 듣는 자가 없다
집에 들어 오니 영감은
리모콘 쥔 채 코를 골고 티브이만 떠든다
이런 땐
어릴 때
돌아올 수 없는 먼-길을 떠나신
내 엄니만 보고 싶다
채널을 세계테마 여행으로 바꾼다
아마존 숲에 원주민이 행복하게 뛰어 따닌다
계곡 계곡 고독이 숨어 날 부른다
이과수 폭포가 시원스럽게 쏟아진다
내 인생의 급류를 뛰어넘어
나도 빨라 그분에게 갈 수 있다면
내 엄니
다정하고 부드럽던 손을 붙잡고
툇마루에서 보름달 볼 수 있겠지
내 보름달은 언제 뜨나요
오늘도 묵묵부답이다.
위로조차 할 수 없는 명절이여!
난 오늘도 죽기위해 새날을 맞이한다
사랑 한 톨 맞추어 가지려고
평생을 떠돌다 가는 바람이
내곁에서 맴돌며 울어댄다
울지 마라
울지 마라
그만큼 울었으면 차라리 지쳐 쓰러지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