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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꿈의 세계 -송현마스타 신부님-

妙有 李應鎬 2017. 9. 30. 19:37

 

 

 

 

달라진 꿈의 세계

 

몇 일전 꿈을 잘 꾸지 않는 내가 꿈을 꾸었다.

나는 꿈을 꾸더라도 일어나면 금방 잊어버리는데 이 번 꿈은 너무나 생생했다. 꿈의 내용은 아주 간단했다

.

어떤 모르는 사람이 나에게 간단한 짐을 들고 찾아와 성지순례를 가야하니 비행기 표를 끊어 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비행기 표를 왜 나에게 끊어달라느냐고 말하며, 나는 당신을 모른다고 했더니 그 사람은 신부님이 자기 비행기 표를 가지고 있으니 자기에게 주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그래서 무심결에 내 왼 쪽 주머니에 손을 넣어 보니 과연 비행기 표가 나왔고, 그 표가 그 사람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 나는 비행기 표를 그에게 건네주었다. 비행기 표를 받은 그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나서 곧장 비행기를 타러 어디론가 사라졌고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나는 그 꿈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아침 미사를 드렸다. 그 날은 월요일이라 친구 신부님과 함께 하루를 지내고 있었는데 낮에 전화가 왔다. 우리 구역장님이 다급하게 사무장을 통해 전화를 했는데, 당신이 아침에 어느 형제님께 대세(비상세례)를 주었는데 장례를 우리 성당에서 했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구역장님께 수고하셨다고 말씀드리고 기꺼이 우리성당에서 장례를 하도록 배려해 드리라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침에 비행기 표를 나에게 끊어 달라고 왔던, 꿈에 보았던 어느 형제님이 생각났다.

 

장례미사를 준비하며 그동안 나에게 있었던 꿈의 내용들을 살펴보니 어떤 사람은 배표를 끊어달라고 한 사람도 있었고, 어떤 이는 자기가 꽃바구니를 타야 한다고 말하며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는 사람을 꿈 꾼 일이 생각났다.

또 어떤 사람은 자기가 여행을 떠나는데 신부님께 인사드리러 왔다고 말하고 떠난 사람도 있었다. 이 사람들은 모두 내가 꿈에 본 그 날 세상을 떠났는데 나는 이런 꿈들을 그동안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지내왔다.

 

하지만 이 번 장례미사를 계기로 내 꿈을 정리해 보니, 비행기 표를 끊어 달라고 나에게 말하고 떠난 사람은 신앙생활은 하지 않았으나 생애의 마지막에 세례를 받고 천국으로 향하는 사람이었고, 꽃으로 장식된 바구니를 타고 떠나는 사람은 신앙생활을 아주 잘하였고 애덕을 실천하며 살아온 사람들이었다. 또한 배를 타고 떠나는 사람과 어디론가 그냥 여행을 떠나야 한다고 온 사람들은 신앙생활도 하지 않았거나 하느님을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어떤 경우는 아주 넓은 강가에 서서 강을 건너지 못하고 하염없이 강물을 바라보는 사람을 꿈에 본 일이 있는데 그는 불행하게도 자살한 사람이었다. 나는 꿈에 그 사람이 강을 건너도록 도와주고 싶었지만 조각배 하나 구할 수 없었고, 근처에서 도와줄 사람을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어 강가를 헤매다가 깨어난 일도 있었다.

 

창세기 37장에서 보면 요셉은 꿈쟁이였다. 하지만 그는 어릴 때 자신의 꿈을 잘 다루지 못했다. 그래서 요셉은 자신의 꿈을 형들에게 떠벌이고 과시하다가 씻지 못할 미움을 샀고, 오만방자한 요셉의 꿈 얘기는 부모님들마저 능멸하는 정도여서 형들에게 증오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그의 꿈 얘기는 듣는 이로 하여금 화가 치밀게 하였고, 요셉은 자신의 꿈 얘기로 인해 마침내 형들에게 죽임을 당할 정도에 이르게 된 것이다.

 

하지만 요셉은 형들에게 죽임을 당하는 위기를 모면한 이후로 자신의 꿈에 대해 침묵하였고, 다른 사람의 꿈을 풀이하는 것에도 신중하게 되었다. 마침내 요셉은 하느님의 은총으로 꿈 풀이를 잘하게 되었고 이집트와 이스라엘 가문을 죽음의 위기에서 구하게 되었다.

 

꿈도 시대에 따라 그 해석도 달라지는가 보다. 비행기 표가 그것이다.

어떤 경우는 엘리베이터가 나오기도 하는 데, 내가 아무리 그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려고 해도 타지 못하여 기를 쓰다가 잠에서 깨는 경우가 있다. 옛날에는 이런 기계문명을 꿈에도 상상할 수도 없는 것이었지만 문명에 따라 꿈의 내용도 달라지는가 보다. 아무튼 천국으로 가는 사람이나 연옥으로 가는 사람이 죽기 전에, 혹은 죽은 후 얼마 안 되어 가끔 사제를 찾아온다는 사실이 놀랍고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요셉의 경우처럼 이런 경험은 나에게 있었던 특별한 경우지만 천국으로 가는 길이 그리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듯하다.

 

 

-송현마스타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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