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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에 내가 바라는 것들

妙有 李應鎬 2018. 9. 20. 08:40

▶ 이 가을에 내가 바라는 것들 ◀




이 가을에 내가 바라는 것들

지금쯤,
전화가 걸려오면 좋겠네요.
그리워하는 사람이 사랑한다는 말은 하지
않더라도 잊지 않고 있다는 말이라도
한번 들려주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
편지를 한 통 받으면 좋겠네요.

편지 같은 건 상상도 못하는
친구로부터 살아가는 소소한 이야기가
담긴 편지를 받으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
누군가가 나에게 보내는 선물을
고르고 있으면 좋겠네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예쁘게
포장하고 내 주소를 적은 뒤,
우체국으로 달려가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라디오에서 나오면 좋겠네요.

귀에 익은 편안한 음악이 흘러나와
나를 달콤한 추억의 한 순간으로
데려가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
누군가가 내 생각만 하고 있으면 좋겠네요.

나의 좋은 점, 나의 멋있는 모습만
마음에 그리면서 내 이름을 부르고
있으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
가을이 내 고향 들녘을 지나가면 좋겠네요.

이렇게 맑은 가을 햇살이 내 고향
들판에 쏟아질 때 모든 곡식들이
알알이 익어가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하고
기다리지만 아무것도 찾아오지 않네요.
이제는 내가 나서야겠네요.

내가 먼저 전화하고, 편지 보내고,
선물을 준비하고, 음악을 띄워야겠네요.

그러면 누군가가 좋아하겠지요.
나도 좋아지겠지요.
이 찬란한 가을이 가기 전에...

출처 : 정용철 <마음이 쉬는 의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