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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자식한테 감춘 '나 홀로 입원'♣

妙有 李應鎬 2018. 6. 8. 15:41

♣바쁜 자식한테 감춘 '나 홀로 입원'♣



♣바쁜 자식한테 감춘
'나 홀로 입원'♣
일러스트=안병현

별별다방을 통해 바라본 노년은 결코 평화롭지 않습니다. 맞서 싸워야 할 것이 너무 많습니다. 빈곤, 질병, 고독을 다 물리친다 해도, 마지막 강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익숙한 관념들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보고 들은 것들, 마땅하고도 옳다고 배운 것들, 평생 기대해 온 것들을 마음에서 물리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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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배려와 이해는 알고 보면 눈물겨운 자기와의 싸움입니다. 세상과의 아름다운 작별을 위한 노력입니다. 홍여사 드림 나이 먹으니 잘 안 되는 것들. '거짓말'도 그중 하나인가 봅니다. 둘째 딸과 통화를 하다가 무심코 비밀을 탄로 내고 말았네요. 어디냐고 묻기에, '퇴원할 때 받은 약이 떨어져 병원 왔다' 했지 뭡니까. 딸이 깜짝 놀라 묻습니다. "엄마 언제 입원했었어?" 아차, 싶었지만 이미 늦었죠. 저는 순순히 털어놓았습니다. 얼마 전 열이 나서 병원을 찾았다가 신우염 소리를 듣고 입원해서 며칠 치료받고 나왔다고요. 그런 줄은 너만 알고 있으라고 했더니 딸이 버럭 화를 냅니다. 엄마는 왜 자꾸 자식들을 불효자로 만들어? 왜~? 하지만 아마 제 나이쯤 된 독거 부모들은 다 이해하실 겁니다. ??´??´?? ??? ?Œ�??œ ??´??¸?§� ?²�??‰?²°?³¼ 바쁘게 사는 자식들에게 아프다 소리 하기가 매번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열 일 제쳐 놓고 달려오면 미안해 죽겠고, 바빠서 못 오면 자식이 미안해하는 게 또 싫습니다. 아무도 오지 마라 해놓고도 정말 안 오면 슬그머니 서운해지는 것 또한 어쩔 수 없고요. 그래서 어지간하면 혼자 앓고 말지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에 오한이 겹치는 걸 보니 영락없는 감기다 싶어 단골 병원에 갔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병명은 급성신우염 대수롭지 않은 정도이지만 며칠 입원해서 치료받아야 한다더군요. 하는 수 없이 입원 절차를 밟았죠. 자식들에게는 굳이 알리지 않았습니다. 수족이 불편한 것도 아니고 정신이 흐린 것도 아닌데 지금 당장 '보호자'가 꼭 필요할까요? 내가 나 자신의 보호자가 되자 결심했죠. 배정받은 병실에는 저 말고 두 사람이 더 들어 있었습니다. 한 분은 구순 가까운 노인으로 내내 아무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 사람은 저와 동년배의 여성으로, 심심하던 차에 잘 만났다는 듯 저한테 관심을 보이더군요. 병명이며 나이며 이것저것 묻고 자꾸 말을 거는데, 일일이 대꾸하기엔 제 몸 상태가 따라주지 않아, 부디 이해해주길 바라며 이불 쓰고 끙끙 앓아대기 시작했죠. 그렇게 이틀을 주사 맞으며 앓고 나니 열이 좀 떨어지며 두통이 잦아들더군요. 휴대전화를 열어 보니 딸들에게서 메시지가 여러 통 들어와 있습니다. 제 딴에는 요령껏 둘러댔죠. 전화기가 고장 나서 통화가 안 된 거라고,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요. ??´??´?? ??? ?Œ�??œ ??´??¸?§� ?²�??‰?²°?³¼ 그러고는 일어나 앉아 주위를 돌아보니, 제 또래 환자가 부산스레 환자복을 갈아입고 있습니다. 그 곁에서 젊은 여자분이 거들고 있고요. 닮은 데가 별로 없기에 며느리인가 했는데, 환자가 짜증을 버럭버럭 내기에 친딸인가 보다 했습니다. 소리칠 기운 있는 거 보니 다 나았나 보다 했죠. 그런데 그때 갑자기 그 환자가 저를 건너다보며 한마디 묻네요. "애들 없어요?" "?" "여태 아무도 안 오기에…. 며느리 없어요? 딸도 없고?" 그 순간 저는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웬걸요 셋이나 있어요 하면, 제 자식들을 불효자 취급하며 혀를 찰 게 뻔했습니다. 그렇다고 있는 자식을 없다고 거짓말할 수도 없고요. ??´??´?? ??? ?Œ�??œ ??´??¸?§� ?²�??‰?²°?³¼ 순간 은근히 부아가 치밀더군요. "애들 없어요?" 소리를 어쩌면 그렇게 쉽게 할까요. 하지만 날을 세워 되받아칠 배짱도 없는 저는그저 바른대로 말하고 말았습니다. "멀리들 살아요. 일부러 얘기 안 했어요." 제 말에 그 환자는 뜻 모를 한숨을 후유 내쉬더군요. 보나 마나 뻔하다는 듯이 말입니다. 나는 괜찮다고, 이건 내 나름의 배려일 뿐이라고 해도 그녀는 인정하지 않을 태세였습니다. '복'이 많은지 '힘'이 센지 모를 그녀는 그로부터 이틀을 더 있다가 퇴원했습니다. 그 사이에 자식들이 끊임없이 들락거리고 누구 하나는 꼭 곁에서 수발을 들더군요. 저런 민폐 끼치고 싶지 않아 나 홀로 입원을 결심했건만, 그 들 곁에서 조금 초라해지는 기분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나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배려심과 참을성 말고도, 줏대까지 있어야 나 홀로 노년을 씩씩하게 꾸려 갈 수 있는데,저한테는 그게 없나 봅니다. 어린 시절부터 길들여진 생각, 눈에 익숙한 풍경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예전의 칠십 노인은 정말 노인이었죠. 자식에게 의탁하고 손자 재롱이나 보는…. 세상이 바뀐 줄 알면서도 그런 생각에 젖어 있네요. 하지만 그녀가 부럽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듭니다. 타인에 대한 매너가 그러한데, 과연 진심 어린 효도를 받고 있을까요? 물론 여우의 신포도 같은 이야기일 수 있지만요. 그나저나 전화기 너머의 화난 둘째 딸이 항상 하는 말을 또 하네요. 하여간 오늘 내가 갈게, 엄마 뭐 사다 줄까? 하지만 저는 절대 오지 말라고 하고, 전화를 끊어버렸습니다. ??´??´?? ??? ?Œ�??œ ??´??¸?§� ?²�??‰?²°?³¼ 실은 퇴원하던 날, 구순의 어르신과 단둘이 잠깐 대화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어른이 저한테 남기신 말씀이 있거든요. "잘했어. 자식들 오라 가라 하지 말아요. 칠십이면 아직 새댁이구먼. 그런데 그것도 내 나이 되면 어쩔 수 없어. 자식한테 폐 안 끼칠 수가 없지." 그쯤에서 어르신은 잠시 숨을 고르시더군요. 힘에 부치시나 했는데 알고 보니 타이밍을 고르고 계셨던 겁니다. 며느리가 잠깐 밖으로 나가자 남겨뒀던 말씀을 마저 하시더군요. '근래에 내가 제일 신경 쓰는 건, 어느 한 자식한테 부담이 쏠리지 않게 하는 거라우. 착한 놈, 정 많은 놈, 가까이 사는 놈만 고생하지 않도록 말이우.' 그분의 말씀에 고개가 저절로 숙여졌습니다. 배려하고 살피는 부모 노릇이란 평생 끝이 없는 일이구나 싶어서요. 앞으로는 나도 우리 둘째 딸부터 되도록 멀리해야겠다 결심했습니다. 귀 따갑게 잔소리하면서도 달려오지 않고는 못 배기는 우리 둘째. 그런데 그 딸이 또 저를 들여다보러 온다 하니, 참…. ※실화를 재구성한 사연입니다. {조선일보 기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