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영상시

1월 2주 좋은시어깨너머라는 말은 박지웅 (1969~ )

妙有 李應鎬 2018. 1. 8. 18:14

1월 2주 좋은시어깨너머라는 말은

1월 2주 좋은시


어깨너머라는 말은

 

   박지웅 (1969~ )

 

 

어깨너머라는 말은 얼마나 부드러운가

아무 힘 들이지 않고 문질러보는 어깨너머라는 말

누구도 쫓아내지 않고 쫓겨나지 않는 아주 넓은 말

매달리지도 붙들지도 않고 그저 끔벅끔벅 앉아 있다가

훌훌 날아가도 누구 하나 알지 못하는 깃털 같은 말

먼먼 구름의 어깨너머 있는 달마냥 은근한 말

어깨너머라는 말은 얼마나 은은한가

봄이 흰 눈썹으로 벚나무 어깨에 앉아 있는 말

유모차를 보드랍게 밀며 한 걸음 한 걸음

저승에 내려놓는 노인 걸음만치 느린 말

앞선 개울물 어깨너머 뒤따라 흐르는 물결의 말

풀들이 바람 따라 서로 어깨너머 춤추듯

편하게 섬기다가 때로 하품처럼 떠나면 그뿐인 말

들이닥칠 일도 매섭게 마주칠 일도 없어

어깨너머라는 말은 그저 다가가 천천히 익히는 말

뒤에서 어슬렁거리다가 아주 닮아가는 말

따르지 않아도 마음결에 먼저 빚어지는 말

세상일이 다 어깨를 물려주고 받아들이는 일 아닌가

산이 산의 어깨너머로 새 한 마리를 넘겨주듯

꽃이 다음 올 꽃에게 자리 내어주듯

등을 내어주고 서로에게 금 긋지 않는 말

여기가 저기에게 뿌리내리는 말

이곳이 저곳에 내려앉는 가벼운 새의 말

또박또박 내리는 여름 빗방울에게 어깨를 내주듯

얼마나 글썽이는 말인가 어깨너머라는 말은



'그룹명 > 영상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영혼에 흐르는 당신   (0) 2018.02.08
잠들게 해주오 이룻/ 이정님  (0) 2018.01.10
눈 사 람 동시 / 이정님  (0) 2018.01.04
평화 세상  (0) 2018.01.02
1월 1주 좋은시 새해 / 피천득  (0) 2018.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