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민족주의자의 눈물 노(老)학자는 지난해 가을 유서를 썼다고 했다. 지독히 뜨거웠던 여름을 지나며 죽음이 벼락처럼 닥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단다. 유서엔 직장(直葬)을 당부했다고 한다. 빈소 차리지 말고 바로 화장한 뒤 고향 뒷산에 뿌려달라고 썼다. 나이가 들면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도 했다. 영예로운 죽음에 미련 따위 없다고 했다. 그저 이 민족이 한 치 앞 안 보이는 암흑의 길을 어찌 헤쳐 갈지 걱정이라고 했다.
헌재 결정 후 '국민 통합'은 이들의 눈물과 탄식을 끌어안는 데서 시작했어야 옳았다. 이정미 재판관이 낭독한 대로 우리 모두 "역사의 법정 앞에 서게 된 당사자들"로 서로의 눈물을 닦아주고 손잡아 일으켜줬어야 했다. 그러나 유력 대선 후보들과 야당은 이를 외면했다. 표독한 집주인처럼 당장 청와대를 비우라 질책했고, 점령군인 양 모든 정부 정책을 중단하라 엄포를 놓았으며, 닉슨 전 대통령처럼 승복의 메시지를 내놔라 다그쳤다. 검찰 수사를 앞둔 박 전 대통령에게 승복은 곧 유죄 인정임을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국민 대통합은 쫓겨난 대통령이 아니라 승자(勝者)라 자처한 사람들 몫이었다. 헌재 결정 직후 정치권이 합심해 박 전 대통령 사면을 결단했다면 나라의 격은 한층 높아졌을 것이다. 임기 중 파면으로 최고 형벌을 받은 대통령을 굳이 법정에 세워 태극 민심에 또 한 번 상처를 내는 건 보복의 정치를 불러올 뿐이다. 노학자는 "우리는 유독 분열할 때만 민족과 정의를 앞세웠다"고 했다. " 그래서 민족이란 말을 낡은 것, 반역적인 것으로 왜곡시켰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래도 난 대한민국주의자"라며 웃는 그의 눈에 물기가 어렸다. "숱한 고난 이겨내며 여기까지 왔으니 잘되겠지. 내 삶의 마지막 가치 기준은 그것이 대한민국을 위한 길이냐, 아니냐에 있다네." 적폐 청산이란 이름으로 적대와 증오를 부추기는 이 시대 정치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 김윤덕 문화부 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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