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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속 연꽃으로 피어난 도솔암을 찾아서//글,사진─ 까치놀 님

妙有 李應鎬 2010. 6. 23. 21:29

구름속 연꽃으로 피어난 도솔암을 찾아서//글,사진─ 까치놀 님

  산행일시 : 2010년 6월 20일 11시 32분-17시 46분 (6시간 13분)

  산행코스 : 송촌교-관음봉삼거리-달마산(불썬봉)-문바위봉-떡봉-도솔봉-마현리

  산행장소 : 전남 해남군 송지면 (11.7km)

  땅끝으로 가는길은 풍요와 여유로움이 한결 묻어나는 국토의 남단  몇해전 봄날에 미황사에서 달마산으로 올랐던 황홀했던 모습을

  다시금 보고픈 마음에 길을 나섭니다...벌써부터 장마가 온다고 일기예보는 난리법석이 이지만 산정에 서고 싶은 마음은 발걸음을

  막지못하나 봅니다

  기암과 기봉으로 솟아오른 바위봉이 병풍처럼 애워쌓아 산은 낮지만 금강산의 한 골짜기를 찾은 느낌이 들고.. 굳이 산행을 하지 않

  고도 절집을 도는 것만으로 해탈의 경지에 접어든듯 무념 무상의 평온이 마음속에 자리잡는 아름다운 달마산정에 발길이 머뭅니다

  짙은 연무에 습도가 높아 발걸음 마다 주먹만한 땀방울을 흘린 후에야 관음봉 삼거리에 올라섭니다.. 많은 산객들은 삼삼오오 대열

  을 이룬채 능선길을 따라 불썬봉으로 향합니다  

  소잔등 처럼 굽은 마루금은 연무에 쌓인채 화려한 조망을 오늘은 보여주기 싫은것인지 한점 바람도 일렁이지 않습니다 

  제멋되로 옹립한 기암 기봉들의 웅장한 모습을 담고자 하는 나의 열망은 한낮 물거품처럼 보여집니다...많은 유산객의 틈을 헤집고

  불썬봉에 섭니다

  정상석은 누가 치워 버렸는지 보이지 않고 돌탑 많이 덩그러니 산정을 지키고 서있습니다...  달마산 양편은 급경사로 내려선 바위

  능선으로 기암괴석과 하늘을 찌를듯 솟아오른 침봉과 칼등같은 바위 너덜이 어울린채 북쪽 송촌 마을에서 남쪽 도솔봉까지 외줄기

  로 이이져 솟아오른 산줄기를 이어가며 땅끝까지 마루금을 이어가지요

  해발 489m의 낮은 산이지만 설악의 공룡을 방불케 하는 침봉과 암릉이 수직 벼랑을 이루며 빼어난 경관을 만들어 주고 땅끝으로 향

  해 뻗어나간 산줄기를 따라 펼쳐지는 남해바다의 조망은 이 산이 주는 백미인데 짙은 운무로 볼 수 없음이 안타까을 뿐이지요

  불썬봉을 내려서면 거대한 바위가 길을 막아세우는곳  문바위이지요... 칼등처럼 솟아오른 벼랑이 수직 절벽을 만들고 능선을 따라

  겨우 한사람이 지날만큼의 좁은길을 만들어 놓은채 큰 바위벽이 앞길을 막기가 일쑤이며 경관은 갈수록 점입가경이고... 경치가 아

  름다울수록 길은 험하고 보여지는 단애에 감탄사가 절로 납니다

  바위의 침봉과 단애가 어우러져 한폭의 수묵화를 그려 놓아도 손색없는 곳...조금만 더 바랄것이 있다면 산정에서 아름다운 절집 미

  황사를 그려담고픈 욕망인데 오늘은 산신이 허락치 않나 봅니다

  몇해전 봄날에 산정에서 보았던 미황사를 옮겨옵니다.. 보기만 하여도 정갈한 모습이 봄볕에 졸고있는듯한 달마산 자락에 아름다운

  절집 모습이지요.

 

  미황사까지는 아직 멀다... 마음은 저 산너머로만 가 닿은데 이제 나아갈 길은 없구나... 밤바다가 낯선 발자국에 자꾸 몸을 뒤집는

  다  여기까지라니 먼저 밀려온 물결이 땅 끝에 이를 때마다... 부르지 않는 지난 일들이 나지막한 이름을 부른다.

  봄밤이 깊다.. 달마산 너머 열나흘 지나 보름 달빛이 능선을 향해 오를수록.. 산은 한편 눕고 일어나기를 거듭한다..

  잊었다는 듯이 잊지 않았다는 듯이 그래 때가 되면 이윽고 가야지.. 꽃숭어리째 붉은 동백이 긴 봄밤을 끝내 참을 수 없다는 듯

  땅바닥에 뚝뚝 목을 내놓은다

  미황사까지가 멀다.. 그때 대웅전에 들며 나는 왜 그 말을 떠올렸을까.. 미황사를 등뒤로 발길을 떼어놓는다.. 내게 있어 아득히 잡

  히지 않는 먼길을 떠올린다... 결국 알 수 없는 그곳까지가 멀다 (박남준 미황사)

  가야할 길이 땅끝인데 길은멀고 에정된 시간의 절반이 지나가 버렸고 남은 거리는 아직도 15km 남짓 절반쯤인 도솔봉까지도 넘어

  야할 능선이 한두개가 아닌데...그나마 위안이 되는것은 아직도 일행의 선두에서 움직인다는 사실 

  바위벽 타는것을 더 좋아했는데 시원스러운 조망을 즐기지 못한 아쉬움이 가득하고 멋진 암릉의 모습을 담고자 하는 나의 의지와는

  달리 사라졌다 다시금 밀려오는 연무에... 남도의 풍요로운 정경도 볼수없음에 또다시 내일을 기약하는지 모릅니다  

  두개의 높은 침봉이 황소의 뿔처럼 우뚝서있는 바위 벼랑끝의 풍경도 그리워 지고... 숲길과 바위벽을 타고 올라선채 자잘하게 피어

  있는 마삭줄의 향기도 햇살에 반짝여야 향기를 내품을텐데... 오늘만큼 햇살이 그리운적이 있었는가...... 

  한 능선을 돌아서면 또 다른 암릉이 길을 막아 좁다란 석굴을 통과 하기도 하고.. 때론 밧줄을 잡고 올라서야 하는길에 아름다운 동

  행이 있기에 힘든 발걸음을 이긴채 묵묵히 산길을 갈 수 있는것은 혼자가 아닌 도반이 있기에 가볍운 걸음을 옮겨가는 것이겠지요  

  좀처럼 시야를 내어주지 않은 산정... 연무에 쌓인 벼랑을 바라보는것 만으로 만족해야 할것 같습니다

  안개빛 너머 천상의 소리가 들리는듯.. 하늘 향해 우뚝솟은 암벽들이 나로 하여금 더운 심장을 멈추고 그대로 굳어 화석이 된다면

  달마의 한 기둥이 되어 가깝고도 먼 바다내음을 맡으며 오가는이 반기는 목석이  될수있을까

  남아있지 못하고 떠나자의 등뒤엔 언제나 산정의 그리움을 가득 않은채 산을 사랑하다 질기게 타오르는 열정을 남겨둔채 흔적없는

  그림자만 남겨둔채 발걸음을 옮겨갑니다 

  원추리꽃 곱게 핀 산길도 여유롭지만 계절이 바뀜을 암시해주는것 같습니다 ..유월에 피어 여름날에 화사하게 웃게해주지요

  내 마음으로 풀어내지 못했던 어떤 숨겨진 마음이 있다면 가끔은 햇살 비치듯이 비추며 살일입니다.. 오랫동안 묻어두고만 바라보

  지 말 일이지요... 찌던 일상에서 벗어나 한결 자유로운 마음들을 비우고 채우다 욕심이 되살아 나더라도 산정에 서서 나 자신에게

  더 철저한 사람이되기를 기원하며 부족함을 채워가고 있습니다

  산정에서서 일상의 모든 보이는것 느껴지는 것들을 한번쯤은 먼지 털듯이 툭툭 털어버리고 산다면.. 숲속에 햇살 비치듯이 살포시

  내민 마음이 있다면 햇살 뿌려진 고운 산정에서 산을 사랑하는 마음을 세겨둔채 마음을 비울줄 아는것도 아름다운 일일 것인데.... 

  길가에 늘어선 찔레꽃 향가가 코끝을 자극하고.. 산딸나무,인동초, 쥐똥나무, 양지꽃이 피어서 곱습니다

  가야할길이 얼마인지 얼마인가 잠쉬 숨고르기를 해봅니다...  탈출구가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더 갈수있다는 생각에 발걸음에 힘을

  실어봅니다

  구름위에 떠있는 작은 암자.. 도솔암에 들어섭니다..도솔암은 땅끝에서 솟아오른 사다리 같은 봉우리에 앉은모습이  하늘 귀퉁이에

  붙은 다락방 같은 암자다. 도솔암이 처마 제비집처럼 하늘에 연꽃위에 있는 모습이 봄에는 꽃이피고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이 있고

  가을에는 밝은달이 있으며 겨울에는 하얀눈이 있는 도솔암!  도솔천은 미륵보살이 머무르는 곳이다....도솔천궁은 담에는 칠보로 이

  루어진 5백억그루의 나무가 있다는데.... 이 나무를 스치게 될때면 그 흔들림 속에서 나무는 설법을 한며,... 이 세상의 모든것은 고

  (苦)요, 공(空)이요,무상이요 무아일것이다...

  좁은 암자 마당에서 바라보는 선경은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으로 우리곁에 머물지만 쉽게 드러내지 않은 풍경이 못내 작은 그리움으

  로 밀려와 선계의 세상을 빠져들고자 하는 이방인을 다시 찾아오라는 듯 보이지 않은 벽을 쌓아 생각마져도 단절시켜 버립니다 

  어느 수도승이 말하길  "적어도 암자는 호젓해야 한다"고 했지요... 큰 절이야 대중을 위해 편해야 할지 모르지만 수행처인 암자는

  조금 숨어 있어야 한다고 하며....우리는 세계 최고, 세계 최대의 불상을 세우고 자랑도 많이하는데 그런 절보다 오히려 호젓한 암자

  를 찾을 때 가슴에 남는게 많은것 같고  참된 법문을 수행하는 공간의 암자는 스스로의 고행이겨내고  세속에서 벗어나 진정한 수행

  자로 태어나나 봅니다 

  도솔암에서는 해남의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데 오늘은 아쉽기만 하지만 마음으로 그려봅니다. 마루금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곳은 땅

  끝이고, 오른쪽으로는 진도, 왼쪽은 완도일텐데.... 발아래 희미한 해남의 풍요가 밀려오다 연무속에 갖혀버립니다

  작은 암봉들이 모여 하나의 산자락을 이루고 헤집고 들여다볼 시선은 경이로움에 발걸음이 더뎌집니다 

  한굽이 돌아설 때마다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병풍처럼 나타나고... 사방으로는 누구 말처럼 달력 겉표지에서나 보았음직한 풍경들이

  펼쳐집니다. 기암 괴석들이 줄지어 늘어선 능선길은 연신 나의 마음을 감동시킵니다

  진흙으로 빚어 만든듯이 도솔암을 자나는 길목의 바위는 사방으로 탁트인 다도해를 굽어보며 그렇게 서있고 기암괴석이 즐비한 해

  남의 달마산을 월출산에 못지 않은 명산이라고 부르고 싶어지며, 남쪽의 금강산이라고도 하는데 나같은 무지렁이의 눈으로 보아도

  그 말이 거짓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도솔봉에서 진도를 내다보는 해남군 송지면 일대에는 유난히 저수지가 많은데... 크고 작은 저수지가 얼핏 세어도 대여섯인데 멀리

  남해바다까지 있으니 땅이 물을 담은 것인지 물이 땅을 담은 것인지 모르겠다. 후덥지근한 날씨 땅끝으로 향하다 포기한채 마봉리

  로 향하는 지도상의 길을 찾지못해 30여분 알바도 했지만 산행내내 묵묵히 동행한 장산 아우님께 고마움을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