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2주 좋은시
달 한 캔 윤성택 달의 뚜껑을 따면 거품처럼 달빛은 내게 넘친다 이런 상상만으로도 밤은 편의점처럼 믿음이 간다 네 개를 담아야 만 원이니, 만월도 내게서 네 개의 생각을 주섬주섬 고른다 그렇게 24시간 그 환한 확신이 나를 불러 세운 적이 많다 그러나 계산대에서 엎드려 졸고 있는 쓸쓸은 얼마나 지난한가 나는 검은 비닐봉투처럼 축축한 그 하나를 꺼내놓는다 자, 이제 나를 따, 마시고 저물렴 손아귀로 캔을 구겨 놓는 건 잊지 않기 위해서다 다시 손이 간다면 그건 미련이다 달은 지금 그런 나를 따놓고 홀짝홀짝 들이키는 것이다 ⸺계간 《문학과 사람》 2019년 여름호 ------------ 윤성택 / 1972년 충남 보령 출생. 2001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리트머스』『감(感)에 관한 사담들』, 산문집『그 사람 건너기』, 운문집 『마음을 건네다』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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