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시간이 늦었다 그것도 5분 정도나 될까. 바르비종은 조그만 마을.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그냥 걸으면 5 ~6분이면 될까. 관광안내소를 내비로 찍었는데 그것이 실수였다. 안내소에 도착하니 마침 아주머니 직원이 문을 잠그고 있다. 밀레의 아뜰리에가 어디냐고 물었더니잘 가르쳐 주긴 하는데 지금 가면 문을 닫았을 거란다. 밀레가 살았던 집. 그의 아뜰리에다. 하긴 그의 그림 원본이 여기에 없으니 들어가서 볼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아마도 엑상 프로방스에서 세잔느의 아뜰리에에서 느꼈던 실망감을 또 맛보았을지도 모른다.
그의 그림은 얼마나 눈에 익었는가? 어릴 때 동네 이발소에서도, 미술책에서도, 친구 집의 액자에서도 두 부부의 합장하고 기도하는 모습은 어린 마음에도 숙연함과 거룩함을 주었고 이삭을 줍는 여인들의 손길은 팍팍했던 우리네들의 삶을 대변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곤 했던 것을 기억한다. 교과서에도 그의 이야기가 실렸을 정도이니 우리 또래의 대한민국사람치고 밀레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터... 그의 그림을 볼 기회는 아직 남아 있다 파리에 가면 오르세 미술관에는 반드시 갈 것이니 거기에서 진품을 보면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