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바라기
시/이룻 이정님
팔순을 넘기고도
염치없이 살아남은 까닭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
겨우 내 건 명분(名分)이
"이제는 詩를 그만 쓸 거야"라고 말한다
절필(絶筆)이라는 말로 품위 있게
고백은 했지만
실은 감성(感性이 메말라서다
하루가 다르게 깜박깜박
자주 잊어버리고
자주 외롭고
자주 섭섭하고
강 하나 끼고 이쪽과 저쪽이건만
저쪽에 가 있는 친구들은 그립고
이쪽에 남은 자들은 낯설다
세월의 증발(蒸發)과 함께
정신도 증발하는 모양
이제는 모두 접고
하늘 보이는 창가에 길게 누워
하늘바라기로 살자.
가슴과 머리는 우리 능력의 양극점
둘중 시인에게 더 필요한 것은 감성이지
감성이 없는 詩는 영혼이 없는 肉身이기에.-이룻-